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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보기

5일간 제주도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며 여행한 경험기

공휴일이 많고, 집에만 있기에는 날씨가 참 좋은 5월. 창 밖으로 보이는 청명한 하늘과 햇살에 반짝이는 풀들을 보면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때 깔아둔 여행 앱에서 뜬 제주도 항공 특가 알림.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저녁에는 흑돼지, 싱싱한 회를 즐기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바뀐 일상 중 하나는 공간의 제약을 비약적으로 넘어선 것이 아닐까. 공간의 변화와 재구성으로 인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출근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1년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세상은 이제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원격으로 일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개발자는 인터넷과 맥북이 있다면야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코로나 이전에도 있던 단어인, 디지털 노마드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지칭한다.

여행을 갈 때 동선과 시간, 그리고 방문할 장소가 문을 닫았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와 C까지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서 준비해놓는 계획적인 성향이지만, 이번 만큼은 유연하게 다녀오고자 의식적으로 계획하는 것을 자제하려고 했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처음으로 시도하는 제주에서 5일간의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시작했다.

첫 발을 내딛은 장소는

맑고 아름다운 바다를 감상하기 위해 제주도 서부(애월-한경)를 찾아갔다. 금능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1인실을 잡아 3일간 지냈는데 주택을 개조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이 숙소는 여타 게스트하우스처럼 밤마다 왁자지껄한 파티를 열거나,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의 숙소는 아니라서 만족스러웠다.

나름 한적한 장소에 우두커니 서있는 게스트하우스지만, 바로 앞에 편의점도 있고 걸어서 4분 거리에 금능해수욕장, 협재해수욕장도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숙소 위에는 루프탑과 공용 식당이 있어서 밤에 맥북을 들고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업무와 카페

디지털 노마드 실현을 위해 최소로 필요한 것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로 마음먹는 순간 일과 여행 중 우선시 해야하는 것은 일이다. 주변을 둘러보고, 스팟을 구경하는 것은 일이 동시에 제대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다. 막연히 노트북만 달랑 들고 여행하며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이들이 쉽게 간과할 만한 점이 있다. 더 많은 의지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직접 부딛혀보면 깨닫게 되지만 최소한 인터넷 연결이 되는 조용하고 한적한 공간을 찾는 것부터가 큰 난관이다. 나와 같이 정규 업무시간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외에도 미팅시간 조정, 커뮤니케이션 문제, 틈틈이 업무 메일 확인 등을 해야할 일이 많다.

일을 하기 위한 적당한 카페를 찾는 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고 힘든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롭다. 우선 오전마다 있는 화상미팅을 위해 소음이 적고 음악소리가 작아야 한다. 인터넷 보급이 잘되어있는 우리나라 답게 인터넷 연결문제를 걱정하지는 않지만 콘센트가 구비되어있고, 장시간 앉아있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서울에는 이미 공유오피스와 같이 일을 하기 위한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곳들이 많아 혹시 제주에도 그러한 장소가 있을 지 궁금했다. 제주에도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있었다. 제주 한달살이 등의 이유로 나처럼 일을 하러 제주에 왔을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는 것 같았으나 보통 제주 시내에 위치하여 내가 지내는 곳과 멀기도 하고, 혼자 일하는 내게는 큰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주도에 도착하고 다음 날 아침부터 답사 느낌으로 바다가 눈앞에 보이는 스타벅스(개인적으로 음악소리가 너무 크고 사람이 많아 별로였다), 유명카페 등을 이곳저곳 가보며 일이 잘 될만한 곳을 찾았다. 하이엔드 제주, 팩토리스토리, Anthracite 한림, 잔물결 등 미리 조사를 해서 찾아간 곳도 있고, 지나가다 발길이 닿는대로 들어간 곳도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곳은 조용히 책을 한권 완독할 수 있었고 글을 쓸 수 있었던 팩토리스토리였다.

의외로 인터넷이 말썽인 경우가 많았다. 연결 품질이 좋지 않아 회의가 끊기거나 인터넷 연결 자체도 깔끔하게 되지 않아 몇번을 시도해야했던 곳도 있었다. 동시에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떠올렸다. 재작년 탄자니아 아루샤에서처럼 3G 인터넷는 커녕 2G밖에 접속도 간당간당한 환경에서라면 원격으로 일을 하기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그 외에 디지털 노마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꿈꾸고 있다면, 관련한 많은 조언들이 있으니 먼저 한번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인지 확인해볼 것을 추천한다.

쉬어가는 시간들

나름의 구상으로 공휴일이 낀 주에, 그 전날은 휴가를 낸 것은 하나의 안전장치였다.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낯선 환경에서 자칫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업무에 폐를 끼치고 일정이 꼬이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업무 시간 외에는 금오름에 올라보고, 해안 산책로와 올레길 코스 일부도 혼자 걸어보며 제주를 날 것 그대로 느껴보고자 했다. 제주까지 왔는데 맛있는 것을 먹고 가야하니 우무 푸딩도 먹어보고, 고기국수 등 유명 맛집도 웨이팅을 최대한 안하기 위해 시간을 딱딱 맞춰서 찾아갔다.

번외) 지도서비스에 대한 고찰

번외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일상 속에서도 자주 사용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특히 더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바로 지도일 것이다. 네이버 Mobile Maps 부서에서 일을 하는 중이라 그런지 이번 여행에서 특히 이 지도 앱에 대한 고찰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할 수 있었다.

원래 네이버지도만 써왔는데, 이번에 제주 여행을 하면서 카카오맵을 써오며 UX가 상당히 편리하다는 것을 느꼈다. 양 측의 장단이 있다. 네이버지도는 포털이 잘 되어있는 만큼 블로그, 카페와의 연결성이 좋아 가고자 하는 장소(POI, Point of Interest)의 리뷰와 사진 퀄리티가 훨씬 방대하고 좋다. 카카오맵은 직관적인 UX와, 이번 여행에서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던 승하차알림 기능이 있어 버스 안에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한번도 놓치지 않고 제 때 내릴 수 있었다.

때문에 자세한 리뷰나 사진들을 보고 싶을 때에는 네이버지도를 켜게 됐고, 길을 찾을 때에는 카카오맵을 켰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직무가 지도 중에서도 대중교통이나 UI/UX는 아니지만 직접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경험을 하며 네이버지도가 사용자들에게 더 사랑받기 위해 보완해야할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마무리

처음으로 도전한 디지털 노마드로의 생활이었기에 아쉬운 점도 있지만, 행복했던 5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니터로 눈이 피로해질 때면 고개를 들어 바다를 볼 수 있고, 몸이 찌뿌둥해질 때쯤이면 해안의 올레길을 걸었다.

업무시간이 끝나면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었고,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외로움이 조금씩 커졌던 3일차 밤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새로운 사람들과도 짧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막상 집에 돌아오니 또 마음이 편하고 아늑하다. 하루에 2만보씩 걸어다니며 타지에서 일을 하려고 했던 것도 있고, 몇 년간 나에게 맞게 집중하고 쉴 수 있도록 변형된 공간이 바로 이 곳이기 때문에 그럴수도. 이번에 잘 안된 점들은 다음 여행을 더 잘하기 위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한번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훌훌 떠날 준비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