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회고: 중첩상태
2024.12.28
life
올해의 나를 표현하는 데 ‘중첩 상태’만큼 어울리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양자 시스템에서 입자가 입자, 혹은 파동과 같이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성질을 중첩(superpositon)이라고 하는데, 단일한 상태에 국한되지 않고 두 특성을 모두 가지는 불확실한 상태를 말한다. 양자 세계에서의 입자와 같이 난 올해 여러 중첩된 상태를 동시에 가진,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한해였다 평가하고 싶다.
세 개의 신분−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아직 학부를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이자,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인 군인−을 가진 채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여러 번 놓였고, 하반기는 군 복무를 마치고 3년 만의 학교 복학을 하여 매주 서울과 대전을 왕복하면서 오피스 출근과 리모트 근무를 활용해 일과 학업을 동시에 병행했다.
빽빽한 캘린더를 통해 돌아보면 올해 역시 주어진 시간 내에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왔고, 바쁘게 살아왔던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를 돌아봤을 때 어딘가 씁쓸함이 남는 것은 목표했던 만큼의 성취감보다는 정체감을 더 많이 느낀 한 해였기 때문 아닐까. 좋았던 점들도 많고 성취했던 일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회고는 자랑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좋은 내용만 쓰고 싶은 마음은 내려놓고, 한 해의 끝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담백하고 진솔한 나의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짧게 돌아보는 한 해, 무슨 일을 했나?
올해 1월, 나는 1년간 일했던 Benefit Silo에서 Ads Platform Team으로 이동했다. 1년간 B2C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실험하는 silo 조직에서 일했으니, B2B 사이드로 넘어가 광고 도메인의 한 사이클을 온전히 경험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team(토스에서 team과 silo의 경계는 예전에 비해 많이 모호하지만 0 to 1을 하는 실험 조직과, 다소 안정된 제품을 1 to 100 하는 고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으로 이동을 요청했다. 하나의 제품을 깊게 다루기보다 여러 팀에서 관리하는 광고 제품들 전반을 관리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기반이 되는 팀이기에, 보다 어려운 문제를 풀며 기술적 깊이와 폭을 동시에 확장시킬 수 있었다. 시기도 적절했던 것이 그간 모바일 기반의 슈퍼앱 전략으로 성장해왔던 토스가 올해에는 비즈니스 사용자(B2B)에 더욱 공을 많이 들이기 시작했기에 적절한 타이밍에 합류해 기여할 수 있었다. Toss Ads를 개발하면서 보다 높은 차원에서 마케팅, 세일즈 분들과 협업하며 광고주 입장에서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고, 좋은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상반기 조직개편 시기에 다른 몇 가지 옵션이 있었지만 여러모로 Ads Platform Team으로의 이동은 좋은 결정이었다.
22년 12월 내가 입사했을 적에 토스는 혜택탭과 앱테크 중심으로 이제 막 광고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였고, 광고 업계의 후발주자로써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매출을 성장시켜야하는 어려운 미션을 가지고 있었다. 내부적으로도 우리가 ‘광고’를 해야하는 것에 대해 설득해야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월 매출 140억+a로 200% 이상 성장하며 광고 도메인은 토스 매출을 책임지는 도메인으로 성장했다 [1/2]. 개인적으로는 AdTech 지식과 광고 플랫폼과 관련된 개념(e.g. targeting, bidding, budget, creative)을 익히고 제품을 고도화해가면서 이 시장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던 시간이었다.
중첩 상태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상반기까지는 세 가지 신분 사이에서, 하반기에는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지역으로도 중첩상태를 지냈다. 이러한 복잡한 상태에 놓이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두 가지 요인이 떠오른다.
첫째는 한정된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활용하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삶의 기회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에 더해 학부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지금 시점에서 졸업장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당장 더 큰 기회가 당장 주어진다면 다시 휴학을 하고 졸업을 연기할 생각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젊고 열정 넘치는 이 시점에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더 넓은 경험과 배움을 얻으려 했다.
둘째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하나의 정체성에 안주하기보다는, 엔지니어와 학생이라는 두 가지 신분을 유지함으로써 미래의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하고 싶었다. 누군가 보기에는 커리어를 이미 잘 쌓아나가고 있는 편으로 보일 수 있어도, 나는 마음 한켠에 단일한 경로를 선택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산시키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다.
스스로 전략적으로 선택한 중첩 상태를 잘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거라 기대했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나의 일에만 집중했을 때 얻기 힘든 폭넓은 시야와 통찰력을 얻고자 했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종종 사무실에서 개발을 하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시 생각하고, 다양한 배경의 (더 파릇파릇하고 젊은) 학생들과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으며 환기할 수 있었다. 또한 효율성,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내가 추구해야 할 핵심 목표에 대해 깊이 고민을 많이 했다.
또한 이러한 중첩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예컨대 매 주 서울과 대전을 왕복하며 매 주 소요되는 네 시간 동안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생각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여담이지만 사실 장거리 이동 자체는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운전을 좋아하는 데다, 막히지 않는 시간에 이동하면 대중교통으로 서울 내에서 출퇴근하는 것보다 오히려 시간적,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덕분에 내 생활 반경은 150km로 확장되었고, 이는 훗날 미국에서 더 넓은 활동 반경을 준비하는 데 있어 하나의 빌드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러한 중첩된 삶은 나에게 혼란과 탈력감을 안겨주었다. 양자역학의 중첩 상태가 관측되는 순간 붕괴되어 하나의 상태로 확정되듯, 나 역시 여러 역할들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지만, 그 과정은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직장에서는 업무에 100%의 리소스를 쏟거나 overperformance를 할 수 없었고, 학교에서는 직장 일에 치여 수업을 소홀히 하거나 시험 준비를 하루 전날에야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애초에 학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졸업요건 취득‘을 위해서 복학을 하고 하던 일에 계속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병행을 결심했지만, 병행 자체가 진정한 의미의 집중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결국, 어찌저찌 마무리된 한 학기였지만 두 영역 모두에서 스스로 기대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고, 그에 따른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남았다.
또한,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생활은 인간관계와 생활 패턴에도 많은 제약을 가져왔다. 직장을 다니며 대학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4년 만의 복학을 내심 기대했으나, 막상 캠퍼스에서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단지 잠시 수업을 듣는 것에 그치는 듯한 허무함을 느꼈다. 지난 4년간의 서울 생활로 대전에서의 인연은 희미해졌고, 대전에서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에는 주마다 3일 남짓의 타이트한 일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러한 생활 패턴은 외로움을 더했고, 결국 12월 종강과 함께 대전 방을 비우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며 마치 도망치듯 한 해를 마무리했다.
게리 켈러는 그의 저서 『The ONE Thing』 에서 여러 일을 동시에 잘하려 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일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라 말한다. 멀티태스킹은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에너지를 분산시키며,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항상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나에게 올해는 이 점을 더욱 절실히 느낀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는 중첩된 정체성 대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진정한 성과와 만족을 얻기 위해 나아가려 한다. 올해의 경험은 나에게 분명 값진 배움의 기회였지만, 이제는 더욱 단순하고 명확한 삶의 방향을 정립할 때이다.
업에 관하여
Domain knowledge & FE
창업을 목표로 하는 엔지니어로서 늘 해오던 고민이 있다. Speciality를 가진 엔지니어로 깊이 있는 기술적 역량을 쌓을 것인지, 아니면 Product Engineer로 넓은 관점에서 제품의 기획, 설계, 개발, 운영까지 폭넓게 이해하며 기여할 것인지다. 이러한 고민은 현재와 미래 목표 사이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기술과 예술이라는 내 적성과 흥미를 살려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기로 했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재밌지만, 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해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제품 차원, 도메인 지식을 채워나가고 싶었다. 전자를 극단적으로 살리고자 했다면 나는 직작에 UI 레벨에서 사내 디자인 시스템 라이브러리를 구현하고, 인터랙션 디자이너와 더욱 긴밀히 일할 수 있는 UX Engineer을 선택했겠지만(올해 1월 조직이동 선택지 중 하나였다), 그래도 제품을 다루고 성장시키고 싶어서 실제 제품를 만지고 성장시킬 수 있는 팀에서 Frontend Developer로 일하는 것을 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Frontend Engineer는 Backend Engineer, Data Engineer에 비해 도메인 지식을 깊게 습득하기 어렵다. 역할의 특성 상 사용자 경험과 인터페이스에 초점을 맞추기에,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관련한 문제를 풀다보면 도메인 지식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트위터에서 논쟁이 되었던 ‘왜 Backend 개발자 출신의 CTO가 더 많을까?’라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FE와 BE가 각각 초점을 두는 영역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처리, 비즈니스 로직, 시스템 설계 등 도메인 지식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을 다루며 Scalability, Reliability, Availability에 초점을 맞춰 큰 그림을 그리는 BE와 달리 FE는 User-centric 사고를 바탕으로 UI/UX 설계, Performance, Accessibility 등을 더 신경써서 시스템을 설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메인 지식의 깊이보다는 사용자 경험에 관한 기술적 전문성을 요구한다. 때문에 도메인 지식을 깊이 다루느냐 아니냐를 두고 직군간 우열을 논하는게 아니다. 비유하면 거시경제와 미시경제와 같은 차이랄까. 그리고 더 나아가 FE가 도메인 지식을 정말 쌓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경향성을 인식하고 DA 혹은 PO/PM들과 계속 소통하고 학습을 통해 도메인 이해도를 넓히는 동시에, 더 높은 차원에서의 인사이트를 줄 수 있어야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훨씬 더 의식적으로 제품의 지표를 체크하고 도메인 지식을 채워가고자 한다. 그리고 제품 차원의 엔지니어로써 의식적으로 시스템적인 사고와 큰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더해가며 앞으로 몇 차례 나올 갈림길에서 나의 방향을 고민할 것 같다. 기술적으로 깊이를 더하면서도 제품과 비즈니스 전반을 이해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 (2025.01.05) 스스로 나는 Frontend Developer보다 Product Engineer 혹은 Interaction Developer라고 불리길 원한다.
AI
또한 올해 ‘일’과 관련해 가장 많은 고민과 변화를 가져온 원인은 바로 AI였던 것 같다.
… 노동은 아직 기술로 해결하지 못한 영역을 인간이 담당하는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은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보상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전의 기술적 진보는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며 일부 직업의 소멸을 초래했으나, 더 큰 가치를 지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축복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AI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반론이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AI는 이전 기술 혁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을 지닌다. AI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인지 능력, 논리적 추론과 문제 해결 능력 등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부분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인간을 보조하는 기술을 넘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
<AI 시대에 필요한 노동의 재정의, 장영재> 기말 레포트 중
올해 AI는 발전 속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빨랐다. 실제로 ChatGPT를 학업과 직장에서 사용하며 정말 많은 효익을 누린 입장으로써 결과의 발전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AGI의 달성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나는 아래와 같이 범위를 넓혀가며 생각했다.
- Frontend Developer & AI: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며 어디까지 대체될 수 있는가?
- Software Engineer & AI: ‘개발자’는 무엇을 하게 될까?
- Human & AI: ‘인간’이 할 일이 남아있을까?
AI가 가져올 미래와 인간의 역할, 노동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진 한 해였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AI가 변화시킬 개발 생태계에 대해 낙관적인 편은 아니다. 개발자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한다. 혹자는 AI를 지난 날의 노코드 툴처럼 개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구 정도로 취급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러한 관점을 매우 경계하는 중이다.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아왔고, 괜찮을 거야” 같은 주장은 AI 발전 속도를 과소평가하는 지나친 낙관론이라 생각한다.
AI는 단순히 기술적인 진보를 넘어선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과거 스마트폰 도입 초기처럼 시류에 맞춰 적절히 준비한 자만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변화의 물결을 놓치면 뒤처질 가능성도 크다. 예컨데 Rabbit R1, Humane과 같은 디바이스가 (실패작으로 평가받지만 앞서갔다고 생각하는) 보여준 것과 같이 근본적으로 AI와의 인터페이스, 인터랙션 방식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할 시점인 것 같다. 단순히 화면 위의 디자인을 넘어 다양한 모달리티의 인터페이스를 고안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 client side interface 개발의 뉴노멀이 될 수도.
지난 한 해는 이러한 변화를 깊이 고민하고 대비하며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대비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액션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내년에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나만의 역할과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한 해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단편적인 생각들
- 미국 베이스의 법인을 세우거나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커피챗을 나누면서 느낀 것은 기회의 크기와 속도 면에서 미국은 확실히 차원이 다른 나라라는 것이다. 작은 시작이 곧 글로벌 규모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upside가 매우 컸다.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원을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싶다. 뒤숭숭했던 국내 상황은 이러한 생각을 강화시켰다. 원래 연말 크리스마스 기간부터 새해까지 뉴욕 여행을 하면서 현지 사람들과 교류하며 직접 경험해볼 계획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에는 가지 못했다. 차근차근 준비하며 적절한 시기에 도전해봐야지.
- 하반기는 투자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어쩌면 학교 공부보다도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미 대선 몇 주 전 부터 출렁였던 정세 속에서 운좋게 벌던 수익을 더 욕심부리다가 큰 손실을 본 것이 트리거였다. 부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부는 목적이 아니라 열심히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한순간의 큰 손실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원금 그 이상을 복구하자는 생각으로 매크로 동향을 읽고, 차트 여러 지표를 추가해면서 본격적으로 탐구했던 것 같다. 많이 잃기도 하고, 벌어도 보면서 초보 투자자로써 정말 많은 것—차트를 보는 방법, 매크로 정세와 시장의 흐름, 파생 상품의 원리, 그리고 인간의 심리까지—을 스스로 찾아보면서 알아갔다. 우습겠지만 일희일비하며 투자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몇 가지 진리를 배운 것 같다고 느꼈다. 배운 것을 곧바로 금전적 보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금융이라는 분야의 묘미이자 매력인 것 같다. + 그렇지만 조금 과하게 몰두했던 것 같다. 가장 큰 자산은 나 자신이니, 나에 대한 투자를 하자.
- 현재 하고 있는 광고가 아닌 다른 도메인을 하게 된다면? 현재 가장 흥미를 가지고 있는 두 분야는 finance, health care이다. 언젠가 내가 직접 정의한 세상의 문제를 푸는 일(=창업)을 하고자 할 때 이 두 도메인에서 문제를 찾아보려 하지 않을까.
- finance: 하반기 주식/코인 트레이딩을 많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높아진 도메인. 여기서 말하는 finance는 전통적인 금융 외에 crypto finance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전 직장에서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관련 기술과 시장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 health care: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통해 의료 산업에 여전히 많은 레거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전통적인 의료 시스템은 digital & AI transformation을 통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많아 보였다. 과거에도 몇 차례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으며, 현재도 관련 프로젝트를 새롭게 진행 중이다.
- 나에게 ‘인지적 분주함’이 있는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아 한 가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목표까지 높으니 스스로에 대해 가혹해지며, 이에 압도되어 종종 생각보다 빨리 지치게 된다. 의식적으로 한 가지에 집중할 때에는 다른 생각으로의 전환과 발산을 줄여보자. 내년에는 효율적으로 하나의 일에 몰입하는 습관을 더 길러봐야.
- 올해 2월에는 시드니, 4월에는 홍콩, 7월은 터키를 다녀왔다. 내년에는 1월 삿포로 여행을 끝으로, 상반기에는 학업 마무리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아마 여행은 하반기나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다음 여행은 단순한 관광보다는 하나의 특별한 테마(e.g. 실리콘밸리 IT 기업 투어, 일본 건축 여행, 개발도상국에서의 봉사/프로젝트 등)를 정해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고 싶다.
- 올해 여름 즈음에는 친한 후배와 전동료 덕분에 강남역 부근에서 퇴근후 헬스 루틴우로 거의 주 5일 운동하며 몸을 많이 키우고 건강해졌던 시기였다. 비록 가을 복학하고부터 여유가 없어지고 운동을 하지않아 다시 고무풍선마냥 빠지긴 했지만.. 인생 처음으로 헬스의 재미를 느꼈으니 앞으로 다시 꾸준히.
2025년을 앞두고
내년은 이런 중첩된 상태가 어느정도 정리되고, 나에게 있어 여러 제약들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올해까지 있었던 중첩된 상태는 끝났으니 내년에는 동시에 여러가지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가장 중요한 하나의 일에 집중해 임팩트를 내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