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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했던 비즈니스

2년간의 토스의 성장을 지켜보며

토스의 시작은 간단하고 상식적인 한 문장으로 출발했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주자’ 당시에 토스가 만들어낸 혁신은 기능의 복잡성이 아니라 경험의 단순함이었다. 버튼의 언어, 흐름의 마찰, 대기의 불안 등 사용자가 금융 경험에서 느끼는 불편을 UI/UX의 완결성으로 지워나가며 기존 금융의 관행을 흔들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당국의 금융 규제, 레거시, 이해관계를 동시에 헤아려야 했다면, 토스는 오로지 사용자의 손끝에 무엇이 닿는지를 먼저 물었다. 이 선택은 작은 스타트업이 할 수 있었던 기성 시장에 대한 도전이자, 사용자 관점에서 상식의 회복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한다는 것은 곧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기는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하는걸까. 성장. 즉, 매출 압박과, 더 많은 고객 확보,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규제와 리스크 관리는 ‘고객 중심’을 하나의 신념이 아니라 운영 가능한 체계로 변환할 것을 요구한다. 사용자에게 아름다운 경험을 주는 것만으로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못했다. 영업이익, CAC 회수 기간, 유닛 이코노믹스 같은 단어들이 중요해지면서, 팀의 의사결정의 중심에 점차 고객보다 ‘회사의 생존’이 들어온다. 이때 여느 조직이 겪는 딜레마와 같이 어떻게 ‘사용자 중심’과 ‘사업 지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변화는 그저 ‘변했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이 봐야하는 관점의 해상도가 높아졌다는 신호라고 봐야할까. 어린아이처럼 ‘왜 이렇게 어렵지?’라고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단순한 솔루션으로 과감하게 속도를 최대로 끌어올리던 시기에서, 복잡할 수밖에 없는 어른들의 사정을 다루는 단계로 넘어왔다. 규제 준수, 보안, 파트너십 구조, 다각화된 수익 모델 등이 모든 것이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와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층에서 안전과 신뢰를 지탱하며 경험의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복잡성이 앞서서 사용자가 느끼는 직관성과 단순성을 침식하는 순간이다. 비즈니스의 성숙으로 위장한 관료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사용자의 목소리는 KPI와 숫자의 압박 속에서 작아진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시점의 비즈니스에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용자 중심’의 확실한 재정의가 아닐까. 고객을 감동시키는 ‘미학’에서 고객을 보호하고 시간을 절약시키는 ‘실용성’으로의 확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축을 동시에 봐야 한다. Retention, 문제 해결까지의 시간, 불만/이탈 사유, NPS와 같은 고객의 시간, 불안, 노력을 줄였는지의 축과 기여이익, 규제 준수 비용 등 사업의 생존과 확장을 판별하는 축. 하나의 축만 집중하는 것은 쉽고 단기적으로는 쉽고 그럴싸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다. 두 축을 함께 봐야하고, 이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할 때의 우선순위 규칙을 조직에서 명확히 합의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Ads Domain의 앱 내 광고가 바로 이런 합의가 필요한 영역임을 경험적으로 절실히 느낀다. 매출과 경험 사이의 균형, 즉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 혜택과 가치를 전달하는 광고’를 만드는 일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우선순위 합의의 문제다.

UI/UX의 역할도 달라진다. 초기 UX가 ‘아름다움과 단순함’으로 해석되었다면, 이제는 규모에서 비롯되는 복잡성을 감추는 건축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 같은 버튼과 같은 플로우 뒤에 세분화된 리스크 정책, 차등 요율, 파트너별 예외가 얽혀 있더라도, 사용자에게는 일관된 규칙과 예측 가능한 결과만 드러나야 한다. 디자인은 ‘표면의 미감’에서 ‘보이지 않는 규칙의 설계’로 이동한다. 이 전환에 실패하면 고객은 복잡함을 체감하고, 성공하면 고객은 복잡함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여기에서 다시 초심이 필요하다. 초심을 ‘순진함’이 아니라 가설 검증의 태도로 재해석하는 일이다. 초기는 무조건적 성장과 사용자 중심 사고가 무기였지만, 지금은 사용자의 문제를 돈의 언어로 번역하고, 돈의 제약을 사용자의 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양방향 능력이 필요하다.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과 리스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차이가 꾸준한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합리화해야 한다. 이는 고객을 포기하는 길이 아니라, 고객 중심을 운영 가능한 경제학으로 승격시키는 일이다.

여기에서 다시 초심이 필요하다. 단, 초심을 ‘순진함’이 아니라 가설 검증의 태도로 재해석해야 한다. 초기에는 무조건적 성장과 사용자 중심 사고가 무기였지만, 지금은 사용자의 문제를 돈의 언어로 번역하고 돈의 제약을 다시 사용자의 언어로 되돌리는 양방향 능력이 필요하다.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 가치를 제공하는 데 드는 비용과 리스크는 무엇인지, 그 차이가 지속적인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검증해야 한다. 이는 고객을 포기하는 길이 아니라, 고객 중심을 신념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옮기는 일이다.

결국 토스의 다음 장은 이렇게 정리되지 않을까. 사업 초 순수함과 실행력은 방향을 주었고, 지금의 구조는 지속성을 준다. 성장은 이 둘 사이의 왕복 운동이다. ‘왜 이렇게 복잡하지?’와 같은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되, 어른의 해답 ‘그래도 단순하게 느껴지게 만들자’를 실행으로 보여주는 것. 고객의 시간과 불안을 줄이는 일이 곧 회사의 이익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전략과 문화가 고도화될 때, 우리는 초심을 잃지 않고도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객 중심 DNA는 사라지지 않았다. 더 복잡한 형태로 진화했을 뿐’